(1)장도에 오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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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도에 오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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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도에 오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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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나먼 서역땅을 향해 낙타를 타고 사막을 횡단하는 대상 행렬의 복원도. 디지털복원전문가 박진호씨 제공
 

보라, 비단길 문명이 몸섞고 새 몸 만들어내는…

지금 막 ‘문명교류기행’의 출발선에 서있다. 우리가 따라갈 길은 문명교류의 통로인 실크로드이고, 우리가 거쳐갈 곳은 이 길 연변에서 전개된 문명교류의 현장들이다. 이 현장들에서 우리는 서로 다른 문명들이 어떻게 만나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발달해 왔으며, 인간은 그속에서 어떤 지혜를 터득해 왔는가 하는 것을 체험하고 탐구하게 될 것이다.

문명의 교류는 서로의 앎을 얻게 하는 현장이다. 인류는 실로 오랫동안 서로를 모르고 살아왔다. 13세기 마르코 폴로는 동방에 와 직접 본 여러 가지 문명업적들을 <동방견문록>이란 여행기에 실감나게 소개하였다. 그러나 서양인들은 당대는 물론, 그후 수세기 동안 그 내용을 믿지 않았다. 폴로가 임종을 앞두었을 때, 그의 친구들은 영혼의 평화를 위하여 이 견문록에 수록되어 있는 것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회개하라고 권유하였다. 그러나 폴로는 한숨을 몰아쉬며 회개는커녕 오히려 그가 본 동양의 놀라운 일들을 절반도 기술하지 못했다고 못내 아쉬워하면서 눈을 감았다. 그런가 하면 그로부터 5백년이나 지난 뒤, 당대의 최고 지성인이라고 자부한 철학자 헤겔조차도 ‘중국이라는 나라가 존재한다는 것 외에는 중국에 대하여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있다’고 자인하였다. 이렇게 서로가 격폐되어 살아오던 인간이 근세에 와서 비로소 서로의 만남과 나눔을 통해 서로를 알게 되고, 그 결과 오늘과 같은 나름의 공존공생에 이르게 되었다.

문명의 교류는 서로의 삶을 소통시키는 현장이기도 하다. 문명은 그 언제 어디서 창출되든간에, 모방성이란 속성으로 인해 널리 퍼지고 받아들여져서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 문명의 교류를 떠나서 역사의 발전이나 인간의 생존은 결코 상상할 수가 없다. 바늘로부터 인공위성에 이르기까지, 먹는 낟알로부터 입는 옷가지에 이르기까지, 간단한 춤사위로부터 요란한 정치제도에 이르기까지, 그 어느것 하나도 교류의 결과물이나 혜택이 아닌 것이 없다. 인류역사의 전 과정이 그러했고, 오늘은 물론, 앞으로는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흔히들 21세기를 ‘정보화시대’니 ‘국제화시대’니 하고 말한다. ‘정보화시대’란 정보의 주고받음을 통해 선진정보를 공유함으로써 기술문명이 고도로 발달된 사회가 실현되는 시대를 말한다. ‘국제화시대’란 서로의 개방과 교류를 통해 범지구적인 인류공동체가 형성되어가는 시대를 말한다. 이러한 시대야말로 교류의 무한한 확산시대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는 서로의 어울림과 주고받음에서만이 생존과 번영의 활로를 보장받을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을 실감하고 있는 인류는 지금 미래에 대한 바람직한 비전과 대안의 하나로 문명과 그 교류를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문명과 그 교류에 대한 담론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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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주 괘릉 앞에 도열한 서역사람들의 무인석상(오른쪽 끝). 한반도까지 이어진 고대 서역교류사의 흔적을 보여준다.  

돌이켜보면, 인류의 역사는 인간사회가 제기하는 갖가지 문제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고 그것을 실천해나가는 과정이었다.

종교로 선악을 가려내고, 철학으로 의식을 순화하며, 생산으로 부의 축적을 시도해왔다. 말하자면, 선이나 정의, 자유, 평등, 복리 같은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해왔다.

그리고 그 논리적 틀로서 수많은 학설과 주의주장이 나왔고, 그 실천방도와 보장책으로서 각종 제도와 규범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역사적 경험이 보여주다시피, 그 어느것 하나도 서로가 닫혀있는 세계 속에서는 시·공간을 초월한, 그리고 보편타당한 해법으로는 기능하지 못하였다. 특히 20세기에 들어와서 전례없는 세계대전을 두 차례나 겪은 데다가 엄혹한 냉전까지 겹치다나니, 종래의 해법에 대한 회의론이 일면서 새로운 해법과 대안을 찾아나서고 있다. 그 유력한 대안이 바로 인류의 공생공영을 담보하는 보편적 가치와 공분모(公分母)인 문명의 교류이다. 이것이 이른바 ‘문명대안론’이다.


사실 이러한 대안론은 지난날 인류가 겪은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의 민족사와 세계사가 여실히 말해주듯이, 가슴을 활짝 펴고 남들과 잘 어울리며 선진문물을 적극 수용한 민족은 예외없이 번성하고 오래 생존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옹졸하게 문을 걷어잠근 채 ‘우물 안의 개구리’로 살아온 민족은 영락없이 후진을 면치못하고 일찍이 조락하고 말았다. 이것이 문명의 교류로부터 얻은 인간의 통절한 교훈이다. 교훈은 살려야 값지다.


곡식 한톨서 정치제도까지 문명은 주고받는 것 소통하는 것
한반도~지구촌 이어질 1년 장정
자, 맘준비 됐다면 떠나자 길섶의 문명들과 눈맞추러…


이러한 경험과 교훈을 살리려 우리는 이 ‘문명교류기행’의 장정에 오른다. 그 속에서 우리는 문명교류의 역사적 발자취를 더듬으면서 그것이 과연 미래의 대안으로 될 수 있는가를 검증해본다. 작금 문명담론을 시대의 화두로 떠올리면서도 그 내용을 엉뚱한 방향으로 오도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문명충돌론’이다. 그 주창자들은 있을 수밖에 없는 문명간의 차이를 문명 본연의 충돌로 착각한 나머지 문명간의 관계를 교류나 공존에 의한 상생관계가 아닌, 서로가 서로를 극복하는 상극관계로 보고 있다. 그들대로라면 각이한 문명이 있는 한 충돌과 분란은 불가피하며, 따라서 인류가 그토록 갈구하는 지구촌의 평화는 요원한 일로 되고 만다. 그 진실 여부는 교류의 현장에서 확인될 것이다.

우리의 기행은 우리의 앎과 삶의 터전인 한반도에서 출발하여 멀리 6대주 5대양의 방방곡곡에서 일어난 문명교류의 주요 현장까지 약 1년간 이어질 것이다. 그 행정에서 경주 괘릉을 지켜서있는 괴상한 무인석상의 비밀이 파헤쳐질 것이고, 우리에게 들씌워진 ‘은둔국’이란 누명도 벗겨질 것이다. 더불어 저멀리 지중해 동안의 팔미라에서 발견된 중국 비단의 실체가 밝혀질 것이고, 멕시코만 해저에서 건져낸 금괴의 수수꺼끼가 풀리게 될 것이다.



△ '동방견문록'의 저자 마르코 폴로 

시대의 요청에 따른 이 ‘문명교류기행’은 문명과 그 교류에 관한 학습과정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기행의 현장을 통해 문명이란 과연 무엇이고, 그 교류는 왜 일어나며 그 과정은 어떠한가, 또는 그 엄청난 결과는 무엇인가 하는 등 문명과 문명교류에 관한 기본지식을 습득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교류의 현장을 대할 때마다 구체적인 환경과 역사적 맥락에서 타문명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문명타자관(他者觀)’을 견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두 세기 동안 인류의 문명사를 마음대로 요리하던 ‘서구문명중심주의’는 이제 설득력을 잃고 있으며, ‘문명화 사명’을 자처해 오던 서구문명은 더 이상 고압적인 우월주의에 안주할 수가 없게 되었다. 대신 천시되던 ‘주변문명’, ‘저급문명’들이 점차 위상을 되찾으면서 이 ‘문명타자관’이 대두되었다. 다행히도 이를 계기로 문명담론이 활성화되고 문명인식이 점차 균형을 잡아가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배타적인 자기중심주의(국수주의)와 허무적인 타중심주의(사대주의)를 철저히 배격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문명과 그 교류에 대한 균형감각을 지녀야 할 것이다. 아직도 은연중 ‘선진서양’이니, ‘후진동양’이니 하는 등 우열주의 망령이 우리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 우리의 기행 현장에서도 자칫 이러한 망령에 현혹될 수 있다. 이것은 주로 근세 2백년간 서양의 기술문명이 동양을 앞질러나간 데서 나온 편단이다. 서양이 앞질러나간 것은 일시적으로 물위에 떠올랐다 잠겼다 하는 일종의 부침현상에 불과하다. 거시적으로 보면, 인류 5천년 문명사는 그 활동무대에서 동양과 서양이 서로 앞서거니뒤서거니하면서 만나고 나누는, 즉 문명교류의 역사이다.

이 기행을 함께하는 독자들은 내내 이러한 점들에 유의하면서 전개되는 현장들을 유심히 살핀다면 성공리에 기행의 장정을 완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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