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아나운서 박종세 회고록 - 고교야구 중계 (2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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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아나운서 박종세 회고록 - 고교야구 중계 (2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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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 중계 (23회)

  제4장 정치격변기와 야구중계방송




1960년대 초부터 고교야구가 붐을 이루었는데, 나는 지금도 붐 조성에 내가 일조를 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때까지 야구중계방송은 어떤 대회를 막론하고 준결승과 결승에 한정되어 있어서 야구에 대한 청취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야구에 관한 화제도 준결승과 결승이 진행되는 한 이틀 동안 반짝하다 말았다. 더군다나 그 당시는 축구와 농구, 권투중계가 중계방송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때였다.


나는 어쩌다 생각나면 한 번씩 하는 중계방송으로는 절대로 야구가 붐을 이룰 수 없다고 판단을 했고, 그래서 PD와 편집 책임자, 아나운서 실장을 상대로 끈질긴 설득작전에 들어갔다. 그 결과로 야구중계방송의 시간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다음으로 나는 청취자들을 라디오 앞으로 끌어 모으는 방법을 연구했다.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나는 일본 야구중계방송을 들으면서 그 방안을 모색했는데, 아시아야구 선수권대회 중계를 위해 대만에 갔을 때, 일본 NHK아나운서에게서 들은 말들도 참고가 되었다.


결국 방송국에서는 나의 주장을 받아들여 황금사자기대회, 봉황대기 야구대회 등을, 시작 첫날부터 끝나는 날까지 매일 중계방송을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대진표를 꼼꼼히 살펴, 첫날 게임 중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카드를 중계방송 자리에 배치하고 둘째 날, 셋째 날도 중계를 계속했다. 준결승전은 두 게임을 다 중계해서 결승 팀을 골라냈다.


이 같은 몰아치기 방식은 처음부터 다소 무리가 따르기는 했으나, 차츰 야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면서 고교야구 결승전은 단연 장안의 화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결승전이 열리는 날은 관중들이 경기장에 구름처럼 몰려들었고, 급기야는 입장권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사태로까지 발전했다.


이런 식으로 중계를 계속하다 보니까 언제부터인가는 야구장이 첫날부터 만원을 이루기 시작했고, 이렇게 조성된 야구붐은 고교야구만 한정하지 않고 대학야구, 실업야구로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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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엉터리 같은 야구중계방송석 / 내 옆에 박준병 엔지니어, 최두헌 아나운서도 보인다


야구경기가 전부 다 재미있고, 아슬아슬한 것은 아니다. 투수전으로 게임이 지루해지면 하품을 하는 관중도 나오게 된다. 이럴 때 중계아나운서는 투수의 볼 하나하나에 관심을 갖도록 청취자를 이끌면서 한 점 승부를 부각시켜 나가야 한다.


반대로 점수 차이가 많이 나서 경기가 싱거워질 때에는, 과연 지고 있는 팀이 한 점이라도 낼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이기는 팀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저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 홈런 한 방으로 승부가 갈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여 흥미를 유발시키기도 한다.


이렇게 고교야구 중계가 중계방송의 꽃으로 등장하면서 마침내 다른 중계방송 숫자를 다 합한 것과 야구 중계방송 하나가 같아지더니, 야구 중계방송 횟수가 오히려 더 많은 경우도 생겼다.


애초부터 야구중계에만 관심이 있던 나는 다른 중계는 거의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윤길구, 황우겸 선배와 함께 오로지 야구중계에만 몰두했는데, 두 선배가 야구를 떠난 후 혼자가 되어서도 나는 마이크를 다 잡아 고교야구 중계방송의 개화(開花)를 위한 나의 의지를 더욱 굳건히 했었다. 물론 대학야구, 실업야구 중계도 많이 했다.


그때 해설을 맡아 나와 콤비를 이루었던 분들은 손희준, 박상규, 이호인, 풍기명, 서동준, 신현철, 김동엽, 하일성 해설위원 등이었고, 야구중계방송에 정성을 쏟은 아나운서들은 최두헌, 이규항, 이장우, 김인권, 변웅전, 원창호, 김재영, 김용, 유수호, 전우벽, 정도영, 손석기 아나운서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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