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아나운서 박종세 회고록 - 코래드(KORAD)의 탄생 (58회) 관리자 문화예술 0 1276 03.11 21:02 제10장 코래드 코래드(KORAD)의 탄생우승을 차지한 해태타이거즈는 독립을 결정, <주식회사 해태타이거즈>로 개편되었다. 나는 해태기획에 남아 김명하 부사장과 함께 광고대행업에 전념하기로 했는데, 다행히 그 당시는 우리나라 광고시장(廣告市場)이 호황을 누릴 때여서 해태기획의 외형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었다. 또한 광고업이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아 일류대학 졸업생들이 대거 광고회사에 몰려 들었고, 대학에는 광고학과(廣告學科)가 생겨날 정도였다. 해태기획은 한발 앞서 외국 광고회사의 노하우를 익힘으로써 광고업계의 선두 주자로 자리 잡기 위해 외국 기업과 합작을 추진, 영국계이면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이름을 떨치고 있던 <오길비 앤드 매더>의 지분 30%의 합작회사(合作會社)를 차려 주식회사 <코래드>를 탄생시켰다.코래드는 ‘코리아’와 ‘애드버타이징’의 합성어로 ‘한국광고’라는 뜻이다. 김명하 부사장을 위시하여 권익표, 전영일, 차영준 상무, 이문양 이사, 신인섭 선생, 김중기 씨, 문애란, 박우덕, 손희광, 서병교, 박종열, 이재호, 정만석, 민남식, 성통열, 백승화, 백재열, 허남영, 최창식, 성길영, 이근상, 장진규 등 임직원들의 열성에 힘입어 코래드는 한때 매출액 규모로 우리나라 광고회사 중 랭킹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 OMW와 합작 사인을 하고, 해리리드, 마이클볼, 나, 김명하 주사장NHK에서의 우리 만화영화(漫畵映畵)의 방영나는 오랜 친교를 맺고 있던 일본 NHK의 히구치 주간과의 논의를 거쳐 일본 공영 최대 방송인 NHK에서 만화영화를 제작, 방송하기로 결정을 보았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만화영화 산업은 걸음마 단계여서 미국이나 일본의 만화영화를 하청 받아 캐릭터 등 중요한 부분은 빼고 단순작업(單純作業)만해서 납품하던 시기였다. 그나마 만화영화 회사도 대원동화(大元動畵), 세영동화(世映動畵) 등 두서너 군데에 불과했다. 나와 김명하 부사장이 여러 차례 일본에 출장을 가고. 일본에서도 관계자들이 우리나라 만화영화 업계를 세심하게 살펴본 뒤 기술을 인정하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되었다. 나와는 친형제처럼 지내는 히구치 주간이 직접 나서서 추진하는 일이었지만, 일본에서도 유명한 강성노조와 공산당원들까지 직원으로 있는 NHK에서, 한국에서 만든 만화영화를 방영하기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 NHK 시마 회장, 히쿠치 주간이 코래드 본사를 방문했다더군다나 일본 NHK 역사상 제1 TV에서 저녁 7시 30분부터 30분 동안 만화영화가 방영된 예가 없는데다가, 한일합작이라고 하지만 한국이 주로 제작한 영화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사업 자체가 취소될 위기를 맞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나라 측 만화영화 회사로 세영동화가 선정되면서 ‘달타냥’이라는 삼총사(三銃士) 만화가 한일합작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또 있었다. 일본 공산당 기관지 아카하다[赤旗]에서 첫 번째 만화는 일본 기술로만 제작해 방송해야 될 것이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그 일로 시마[島] 회장이 일본 중의원에 불려나가 해명을 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시마 회장은, 한일 간에 문화협력(文化協力) 문제가 양국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차제에 NHK가 앞장서서 문을 여는 것이라는 해명으로 별 소란 없이 이 문제를 넘겼다. 이 같은 난관을 넘어, 일본 NHK 제1 TV가 목요일 저녁 7시 30분부터 8시까지 30분 동안, 자막에 ‘코래드’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찍힌 우리 만화영화 달타냥을 방영하였다. 나는 일본 중의원의 검증까지 받으며, 합작이라지만 우리나라가 만든 것이나 다름없는 만화영호가 일본 최고의 방송국에서 방영된데 대해 대단한 자부심(自負心)을 느꼈다. NHK와의 만화영화 합작 방영은 그 뒤에 ‘해저 2만리’라는 작품을 하나 더 하고 끝났지만, 이것은 KBS가 NHK와 합작으로 만화영화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국가 간의 제반 제약을 무릅쓰고 개척자적(開拓者的)인 정신으로 한일 합작 만화영화를 제작하여 NHK에서 방영하게 했던 시마 회장님, 그리고 히구치 주간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