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아나운서 박종세 회고록 - 박건배 회장과 해태기획 (53회) 제9장 해태그룹과 해태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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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아나운서 박종세 회고록 - 박건배 회장과 해태기획 (53회) 제9장 해태그룹과 해태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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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배 회장과 해태기획 (53회)
  제9장 해태그룹과 해태타이거즈 박건배 회장과 해태기획

KBS로 옮긴 뒤에도 나는 바쁜 일상에서 헤어나지 못했는데, 8월쯤인가 하루는 해태그룹 박건배(朴建培) 회장이, 경복 42회인 자기 동기들이 저녁을 사고 싶어 한다면서 참석해달라는 전갈을 보내왔다. 

경복 동문 중에서도 크게 활동하는 사람이 유난히 많은 42회의 리더, 박 회장의 초청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나는 약속된 장소로 나갔다. 

거기에는 박건배 회장을 비롯하여 KAL의 조양호 회장, 국제그룹의 김덕영 회장, 동산토건의 배영준 회장 등 당시 2세그룹이면서 건전(健全)하고 겸손(謙遜)하기로 이름난 동문들이 모두 모여 있어서 아주 좋은 식사 자리가 되었다. 

며칠 뒤에 박 회장과 나는 다시 만났고, 해태그룹에서 새로 만든 광고회사(廣告會社) ‘해태기획’의 고문(顧問)을 맡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제의를 받게 되었다. 

해태기획은 생긴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박 회장이 대표이사였지만 실제 책임은 김명하(金明河)상무가 맡고 있었다. 김명하 상무는 전문 광고인 출신으로, 우리나라 언론계와 광고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나하고는 5.16후 논산훈련소에 함께 입소한 특별한 인연도 갖고 있는 분이었다. 

제의를 받은 다음 날 김명하 상무를 만나 의논했는데, 그분은 나의 영입에 적극적이어서 나는 박 회장에게 수락 통보를 했고, 그렇게 해서 잠깐 동안이었지만 해태기획의 고문을 맡았다. 

방송생활을 접고 

KBS 방송위원실 주간이면서 <해태기획> 고문으로 몇 달이 지났을 때 박건배 회장이 또 다시 조용히 만나자는 연락을 해왔다. 해태그룹에서도 호남지방(湖南地方)을 프랜차이즈(franchise)로 해서 프로야구 팀을 창단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내게 해태기획을 모체로 하는 야구팀 창단의 중임을 맡아달라고 간청을 했다. 야구중계방송을 오랫동안 했고, 특히 군산 서해방송과 광주 전일방송을 통해 호남에 야구붐을 불러온 당사자이니, 이제는 실제로 팀을 창단하여 성공적으로 이끌어달라는 것이었다. 

5.18광주민주화운동 이후 호남의 정서(情緖)는 냉소(冷笑) 그 자체였다. 호남의 응어리를 풀어주는 수단으로 정부의 어떤 정책도 먹혀들지 않을 때여서, 프로야구팀 창단은 호남인을 위무(慰撫)하는 대안으로서의 성격도 가진 것으로 판단되었다. 
 
나는 며칠 생각할 여유를 달라는 말로 시간을 번 뒤 고민에 빠졌다. 방송 일선의 아나운서라는 직업은 일종의 마약() 같아서, 그 매력과 사명감이 사람을 쉽게 빠져나올 수 없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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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건배 회장(오른쪽)과 함께

더군다나 나는 한참 방송을 할 때였고, 그때까지 만 25년이 넘게 공인인 아나운서로서만 생활을 해온 터여서, 민간(民間)의 사업경영(事業經營)에 뛰어들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나는 대단히 힘든 입장에 처하게 된 것이다. 

나는 우선 같이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 해태기획의 김명하 상무를 만나 보았다. 

그는 이미 나의 영입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태도였다. 가족회의에서도 이직(移職)에 긍정적이었고, 평소 존경하는 몇 분을 찾자 의논해본 결과도, 온갖 정성을 쏟았던 동양방송(東洋放送)도 없어짐 마당인데, 앞으로의 나이 등 여러 가지를 감안해서 용기를 내어보는 것이 좋겠다는 쪽이었다. 

결국 1981년 11월 30일, 방송통폐합으로 인해 TBC에서 KBS로 이동한지 꼭 1년 만에 나는 방송생활을 접고, 새로운 세상으로 뛰어들기로 결심을 굳혔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내 마음 내키는 대로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자칫 언론통폐합에 반대하는 항의성(抗議性) 퇴진으로 비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 당국의 언론관계 책임자를 만나 나의 사정을 자세히 얘기해서 양해를 구했고, KBS에는 강용식 보도국장을 통해서 사장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

이병철, 홍진기 회장님과의 만남

그런데 사표를 낸 다음날 나는 깜짝 놀랄 연락을 받았다.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님이 나를 찾는다는 것이었다. 바쁘신 분이 나를 찾는 것도 그랬지만 내가 그만두는 것을 어떻게 그리 빨리 아셨을까 하는 점이 특히 의아스러웠다. 

알고 보니 강용식 국장이 나와 TBC에서 오랫동안 같이 근무했고, 당시는 삼성그룹 홍보실 책임자로 가 있던 고일환 이사에게 사실을 알렸고, 고 이사가 이병철 회장님께 보고를 한 것이었다. 

태평로 삼성본관으로 찾아뵈었더니 이 회장님은 홍진기 회장님과 함께 나를 반갑게 맞아 주셨고,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위로하시면서 프로야구팀 창단과 해태기획에 대해 자세히 물으셨다. 

이 회장님은 
“방송에서 손을 떼고 기업으로 진출할 줄 알았으면 삼성에서 붙잡아야 하는 건데 우리가 한발 늦었네!”

하시면서, 그쪽에 가서 일하다가 힘이 들거든 언제든지 삼성으로 오라고 따뜻한 말씀을 해주시는 것이었다. 

또 해태기획은 광고회사니까, 삼성 제일기획의 광고 자료와 노하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면서 그것들을 모두 이용해서라도 아무쪼록 회사를 잘 이끌어가라고 거듭 격려를 하셨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씀이 “기업은 이윤이 나야 한데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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