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아나운서 박종세 회고록 - 마침내 해태로 (5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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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아나운서 박종세 회고록 - 마침내 해태로 (5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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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해태로 (54회)
  제9장 해태그룹과 해태타이거즈

이병철 회장님은 바쁘신 와중에도 나를 장시간 붙들어 앉혀두시고, 기업경영 전반과 특히 기업에서의 인사(人事)의 중요성에 대해 귀한 말씀을 많이 들려주셨다. 

박종세는 아직도 이름을 날려야 할 운(運)이 남아 있어서 강제로 잡지 않고 해태로 보내는 것이니까 열심히 잘 하라는, 분에 넘치는 덕담(德談)으로 나를 배웅해 주신 두 분 회장님께 뒤늦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동양TV가 시작될 때 보도과장으로 나와 한솥밥을 먹으면서 우애를 키웠고, 방송을 떠나게 될 때 두 분 회장님을 만나게 해준 고일환 이사에게도 이 기회에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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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철, 홍진기 회장

마침내 해태로

1981년 12월 1일, 나는 해태그룹 해태기획 대표이사로 첫 출근을 했다. 광고에 관한 일은 김명하 상무가 알아서 해주었지만, 프로야구 창단은 나도 신경을 많이 써야했기 때문에 걱정이 태산 같았다. 

KBS 방송주간실 비서로 있던 김정자 양과, TBC에서 KBS로 같이 갔었던 경달선 기사도 나와 함께 전직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하였다. 

해태기획은 본업인 광고대행을 하는 파트와, 프로야구 팀의 구단주(球團主)는 물론 해태그룹의 박건배 회장이었고, 나는 단장(團長)을, 김명하 상무는 실행이사(實行理事)를 맡았다. 

그리고 초대 감독으로는 김동엽 씨가 영입되었는데, 우선 시급한 문제가 호남 쪽에 절대 부족한 선수를 확보하는 일이었고, 그밖에 팀의 이름, 유니폼 등을 정하는 일도 남아 있었다. 선수 문제만 빼놓고 다른 것은 해태기획에서 책임을 맡고 결정을 해야 되었는데, 다행히 그 방면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져서 하나하나 결정이 되었다. 

이름은 <해태타이거즈>로 정해졌고, 유니폼은 빨간 윗도리에 까만 바지로 강력한 이미지를 심을 수 있게 했으며, 마스코트인 호랑이 얼굴은 용맹하면서도 어린이들에게 친근감이 느껴지도록 형상화(形象化) 하는데 힘을 기울이도록 했다. 

14명의 선수로 출범 

모든 것이 하나하나 갖추어져 갔으나 절대 부족한 선수 문제는 계속 숙제로 남은 가운데 마침내 1982년 1월 30일에는 양평동 해태제과 본사 강당에서 해태타이거즈 창단식(創團式)이 열렸다. 

창단식에는 처음으로 외부에 선을 보인 해태타이거즈의 면모는 다분히 기형적이었다. 
 
구단주 박건배, 단장 박종세, 실행이사 김명하, 야구부장 김현진, 그리고 감독 김동엽, 코치 조창수, 유남호, 선수로는 투수 김용남, 강만식, 신태중, 포수 박전섭, 김경훈, 내야수 김봉연, 차영화, 김성한, 조충열, 임정면, 외야수 김준환, 김우근, 김종모, 김종윤 선수 등으로 짜여져 있었는데, 선수가 14명밖에 안 되어서 프로야구 선수단이라고 부를 수도 없을 정도로 초라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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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직후 홍보 담당에 이상국, 투수진에 이상윤, 방수원이 보강되었고, 포수로 김용만, 홍순만 등 연습생도 가세했으며 내야수 최영조, 외야수 김일권이 합류하여 선수는 가까스로 20명 선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후에 도루왕으로 초창기 프로야구사에 이름을 올리게 되는 김일권(金一權) 선수가 팀에 합류하기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한국 프로야구의 첫 경기

한국 프로야구는 1982년 3월 27일, 동대문구장에서 MBC 청룡과 삼성라이온스전으로 화려한 첫 장을 열었다. 전두환 대통령이 시구(始球)를 한 이 경기에서 MBC는 연장 10회 말 이종도 선수의 끝내기 만루 홈런으로 11대 7로 삼성을 누르고 프로야구 첫 경기의 승리를 따냈다. 

이때 만루 홈런을 맞은 이선희 투수는 그해 시즌을 마감하는 한국시리즈 최종 6차전에서 OB베어즈의 김유동 선수에게 또 다시 만루 홈런을 허용하는 비운을 맞아, 국가대표로 날리던  이선희라는 이름에 안타까운 꼬리표를 달고 말았다. 

의외의 복병 

해태타이거즈의 프로야구 첫 경기는 개막식 다음날인 3월 28일 부산 구덕경기장에서, 제과업계의 라이벌인 롯데 자이언츠 팀과 갖게 되었다. 해태그룹에서는 현장에서 응원을 위해 해태제과 직원들이 50대의 버스에 나누어 타고 부산으로 향하기로 하는 등 전 임직원이 첫 경기의 승전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그런데 문제가 터졌다. 

그렇지 않아도 절대 선수가 부족한 해내타이거즈 팀이 똘똘 뭉쳐서 파이팅을 해도 모자랄 판인데, 김동엽 감독이 김일권 선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개막경기를 못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경기가 시작되는 다음 날 오후 2시까지 대한야구협회로부터 김일권을 출전시켜도 좋다는 도장을 받아오지 않으면 경기를 보이콧 하겠다는 것이니 단장인 나와 김명하 실행이사로서는, 아닌 밤중에 홍두께 격의 낭패를 만난 것이었다. 

막다른 골목에 와서 칼을 들이미는 격인 김동엽 감독의 행태(行態)에 어이가 없었고, 분노가 치밀었지만, 그런 막무가내 성격을 알고 있는 나와 김 상무는 프로야구위원회와 대한야구협회, 그리고 이용일 사무총장 댁으로 직접 뛰어다니면서 사태해결에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경기 당일인 28일이 밝았는데도 뾰족한 수가 나타나지를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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